최승자 마흔 첫눈
최승자 마흔 첫눈 2
D-61

최승자 마흔 첫눈

2020-12-13

메모

20201213,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지 이다음 발걸음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끝도 없이 추락하듯 내려가는 거라고. 그러나 사십대는 너무도 드넓은 궁륭 같은 평야로구나 한없이 넓어, 가도 가도 벽도 내리받이도 보이지 않아 그러나 곳곳에 투명한 유리벽이 있어, 재수 없으면 쿵쿵 머리방아를 찧는 곳. 그래도 나는 단 한 가지 믿는 것이 있어서 이 마흔에 날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사람의 기억이란 이기적이다. 아주 오래전에 이 시를 읽고 언젠가 나도 '마흔'이 되면 현재 겪고 있는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다 떨쳐내고 드넓은 평야 위에 모든 걸 통달한 채로 서있게 될 줄 알았다. 딱 절반만 기억한 거다. 경험해보니 마흔이 되어도 '투명한 유리벽' 같은 어려움은 여전해서 머리 방아를, 때론 새끼발가락을 찧는 것 같은 아픔을 경험하며 살게 되더라. 그렇다면 그런 아픔을 달래줄 내가 믿을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무엇일까? 있기는 한 걸까?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뇨끼를 삶아서 건져낸 후 올리브오일에 굴려준다. 토마토, 해송이버섯을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데친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치커리, 적양파, 프로슈토와 준비해 둔 뇨끼, 토마토, 해송이버섯을 올리고 후추 그리고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첫눈 처럼 조용히, 소복하게 갈아서 올린다. 홀그레인 머스타드, 화이트 와인 비니거, 올리브오일 드레싱을 가볍게 둘러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요즘 믿고 있는 건 (나)조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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